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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생활]일본에서의 직장생활
    기록 Memorize/WorkLife 탐구생활 2022. 9.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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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본사에서의 직장생활

     전체적으로 첫 이미지는 차가웠다. 신입사원이 입사할 때와 마찬가지로 긴장을 잔뜩 하고 갔는데 사무실 내의 분위기는 나의 긴장을 더욱 최고조로 만들어주었다. 말을 걸어주거나 하는 따뜻함은 전혀 없었다. 따뜻한 메일을 보내줬던 팀장님은 꼭 필요한 것만 나에게 물어볼 뿐이었다.

    첫 인사 (顔合わせ 카오아와세)시간이 30분 잡혀있었다.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는데 알아보니 새로운 팀이 만들어지거나, 누군가 팀에 들어오면 처음 대면하는 자리를 말한다. 정식으로 자기소개를 하는 자리이며 다른 팀원들이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간단히 알 수 있는 자리였다. 단기 출장으로 자기소개를 한 적이 있긴 하지만 장기간 같이 일하게 되었을 때의 인사는 처음이라 떨렸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수도 없이 되뇌었고, 그 시간에 내 소개를 어떻게 했고, 무슨 얘기가 오고 갔는지는 기억에 없다. 그나마 생각 나는 것은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고, 함께 일하는 곳이구나! 를 느낄 수 있었다는 것 정도이다. 첫 날 다행히 별 탈없이 무난하게 지나갔다며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냈다. 일본본사에서 2년동안 어떻게 해서 적응을 했으며 일본기업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무엇이었나?에 대해 정리를 해보자.

    0. 4월 시작, 3월 끝(시무식, 종무식)

     한국 기업은 1월 시무식 12월 종무식(연말이벤트)을 하지만, 한국에 있는 일본계기업은 일본본사와 마찬가지로 4월이 업무의 시작이며 3월이 업무의 끝이다. 이렇다 할 시무식이나 종무식은 없는데, 조직개편과 승진에 따라 이동하는 것으로 시작을 알린다.

     

    1. 사생활존중

    일본은 사생활을 존중하는 편이며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내가 사생활에 대해 침해 받는 것이 싫은 것처럼 남들도 싫어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조심하는 문화가 있다. ‘우리 함께를 좋아하는 한국 회사에서 이것은 어떻게 보면 개인주의라고 느껴질 수도 있는 문화일 수도 있겠다. 제일 처음 출근하면 팀장님은 비상연락망으로 자신의 휴대폰번호(회사에서 제공하는 회사 전화)를 팀원에게 알려준다.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나, 꼭 필요할 때 연락하는 연락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팀원들의 전화번호를 일체 묻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당연시되는 전화번호 알려주기가 일본에서는 실례되는 일이어서 친하지 않으면 묻지도, 말하지도 않는다. SNS로 그룹채팅방을 만들어서 퇴근을 했음에도 업무얘기를 한다던가, 주말이나 휴가인데도 상사에게 연락이 오는 그런 경우는 일본에서는 거의 없다는 얘기이다. (물론, 업무의 특성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는 점) 

    에피소드

     비상시를 대비해서 사원들의 가족 연락처를 취합한다는 전체메일이 왔었다. 물론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이었는데 사생활에 대해 묻지 않는 일본회사에서 갑자기 왜 이런 메일이 왔을까?

    회사의 직원이 교통사고가 나서 수술을 하게 되었는데, 수술을 하려면 동의서에 사인을 받아야 하는 했다고 한다. 하지만 회사는 가족들 연락처를 몰라 당황스러운 상황이 발생했었다고 한다. 혹시 시간을 지체해서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게 가족의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개인의 자유를 침해해서도 안되지만, 개인주의를 마냥 존중하는 것도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피소드

    다나까씨는 코구치씨와 5년동안 옆자리에서 앉아 같은 프로젝트를 해왔다. 이 둘은 5년간 알고 지낸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업무상의 이야기 외에 사적인 얘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술자리에서 다나까씨에게 옆 자리 코구치씨가 결혼을 했는지  물어보니 그건 잘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업무를 같이하는 동료관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이런 에피소드는 비일비재해서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2. 도장문화

    일본 전체에서의 도장문화는 빠뜨릴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일반인들의 업무, 예를 들어 은행, 관공서 등 중요한 서류에는 도장이 필요하다. 회사에서 개인의 휴가카드, 각종 서류의 승인란에는 반드시 도장을 받아야 한다. 

    에피소드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일본에서도 재택 근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일본 본사도거의 90% 이상 직원들이 재택을 하고 있는데, 승인권을 가진 윗사람들은 승인을 할 때 도장을 찍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회사에 출근을 한다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를 계기로, 전자승인시스템을 늘리고 있다고 하는데 어디까지 전자승인으로 할 지는 의문이다.

     

    3. 체조

     당연히 아침 9 5분전부터 아침체조를 하는 음악이 흐른다. 한국과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일어나서 체조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나도 이 체조를 모르기도 하고 한번도 체조해본 적이 없다. 들려오는 노래에만 익숙해졌을 뿐이다.

    (아침체조https://www.youtube.com/watch?v=feSVtC1BSeQ)

     

    4. 간식타임

    업무시간 중에 초콜릿, 사탕, 과자 등 간식을 먹어도 되는 업무환경이다. 그래서 부시럭거리며 먹는 소리가 많이 들리는데, 한국이라면 옆 사람과 같이 나눠 먹을 것들을 일본사람들은 혼자서 먹는다. 그리고 마트나 편의점에서도 혼자 먹을 사이즈의 스낵류를 많이 팔고 있다. 그렇게 혼자 먹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주변에 먹어보라는 얘기조차 하지 않고 바라지도 않는다. 한참 뒤에 어색함이 없어지고 익숙해졌을 때쯤 나도 같이 먹자라는 얘기를 했지만, 적잖이 당황했을지 모르겠다. 여태까지 일본사람들끼리도 같이 먹자는 얘기는 잘 하지 않았을테니까.

    5. 회식(더치페이)

    친한 사람들끼리 소규모로 회식을 하는 것은 한국과 비슷하다. 하지만 팀 단위로 하는 팀 회식이 그렇게 자주 있는 것은 아니다. 일년에 두 번 정도, 4월 시작할 때와 누군가 퇴사할 때. 좀 더 적극적인 팀이라면 송년회까지 하는 분위기이다. 회식을 하면 더치페이(직급별로 회비의 차이는 있겠지만)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성향도 있기 때문에 강요하지 않는다. 회식은 주로 먹을 것과 마실 것이 무제한 가능한 곳이거나 마실 것만 무제한이고 먹을 것은 정해져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6. 차임벨

    역시 예상했겠지만 우리나라 일본계회사가 차임벨을 울리는 이유는 일본 회사들이 차임벨을 울리는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의 시작(9)과 끝(18), 그리고 점심시간(12)와 아직 퇴근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빨리 퇴근하라고 재촉하는(20) 차임이 울린다.

     

    7. 파견사원

    파견의 품격(ハケンの品格 하켄노힌카쿠)’이라는 일본 드라마가 있다. 유능한 파견직 사원에 대한 이야기인데, 나도 이 드라마에서 처음 파견사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본회사에는 파견 사원이 있는데 우리나라 일반회사에는 없는 근무형태이다. 실제 소속은 파견회사이고, 월급이나 복지도 파견회사를 따라가지만 업무는 파견되어진 회사(A or B or C)의 업무를 한다. 물론 그 회사(A or B or C)에 파견 되기 전 면접을 보고 들어가지만 그 회사(A or B or C)의 사정이 좋아지지 않으면 제일 먼저 계약이 종료되는 사람들이다. 만약 계약이 종료된다면 파견회사에서는 또 다른 회사를 소개해 면접을 보고 파견하는 프로세스이다.

     

    8. 재난훈련

    8-1. 지진(사무실 내)

    일 년에 두 번 지진에 대비한 훈련을 실시한다. 천장이나 위쪽에서 무엇인가 떨어져서 머리를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책상 밑으로 들어가 재난 담당자의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 기다린다. 실제 지진이 몇 번 있었지만 책상 밑으로 들어갈 정도의 큰 지진은 아니었던 탓에 훈련으로만 그쳤다.

    8-2. 대피훈련(사무실 밖)

    화재나 지진이 났을 때 사무실 밖으로 대피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러한 재난이 있을 때는 출입구 한 곳으로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 혼란스럽기 때문에 각 구역마다 나가는 출입구가 정해져 있고 그 출입구로 질서있게 대피하는 연습을 한다. 꽤 많은 인원이 훈련하기 때문에 정해진 장소에 다 모여서 사람수를 세어 문제 없다는 확인을 할 때까지는 꽤 많은 시간(1시간~2시간)이 걸린다. 업무시간에 이런 시간을 들여 훈련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재난에 대비한 훈련이 중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9. 회의

    상사들 중에는 회의에 늦게 오고도 뭐 어떠냐는 듯이 뻔뻔스럽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회의에 모인 사람들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윗사람이기 때문에, 바쁜 와중에 참석하는 것이기에 늦는다는 것이 당연시 생각되는 걸까? 일본에서 회의를 하면 높은 직급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의에 늦었을 때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すみませんたせしました 스미마셍, 오마타세시마시타.)라는 얘기를 먼저 하고 시작한다. 일본 사람들의 특징인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것에서 입에 발린 말일지 모르겠지만, 한마디가 회의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아무리 부하직원이라도 존중 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같은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10. 멘탈케어

    한국은 남자들이 군대에서 멘탈을 강하게 해서 오는지 남자사원들이 멘탈붕괴로 회사에 안 나오는 것을 내 주변에서는 보지 못했다. 반면, 일본사람들은 유리멘탈을 가진걸까? 가끔 회사에 몇 달씩 안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업무가 너무 많아서인건지, 인간관계가 힘든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멘탈붕괴가 되기 전에 막아보자는 취지로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멘탈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한국도 회사 다니는 사람들이 내색을 안 할 뿐이지 많은 업무량과 업무 데드라인, 인간관계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어디 회사 소속의 xx가 업무에 시달리다 자살했다라는 기사를 볼 때마다 한국도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멘탈케어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의 문화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비슷한 것도 있고, 의외인 것(이해가 되지 않는 문화) 도 있지만 그것은 한국문화와 일본문화의 다름에서 온 것이리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적응하기도 어려운 법, ‘이럴 수도 있네하고 문화 자체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첫 스텝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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